아이는 신이 났다. 때때옷이 요렇게 잘 맞을 수가 없다. 바느질을 하던 엄마 곁에서 언제 잠이 들었을까. 흔들려 깨보니 설빔 색동저고리가 머리맡에 놓여있다. 후다닥 이불 속을 빠져나와 옷을 집어 든다. 소매에 팔을 넣자 빠작빠작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상큼하다. '와~ 날아갈 것 같아'. 차례 상 준비에 분주하던 엄마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우리 아들 예쁘다, 옷이 날개네!" 할아버지 눈길 또한 그윽하다. 야! 신난다. 설날 아침이다.
저녁엔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설날 동이 트는 걸 안 보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졸린 눈을 몇 번이고 부릅뜨곤 했다. '엄마랑 고모들이 흐릿한 전등 아래 바느질을 했었는데…', '잠들면 눈썹이 센다고 했는데…' 불현듯 놀라 거울 앞에 달려가 본다. 눈썹은, 여전히 까맣다! '그러면 그렇지, 하얘질 리 없어'. 공연히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데 고모들이 와락 웃음을 터뜨린다.
시골집이다. 아버지는 끝내 못 오셨다. 매번 그렇다. 양력 1월1일엔 서울에서 설을 지냈다. 그저 가족이 둘러앉아 떡국만 먹는다. 아버지는 수저를 놓기 바쁘게 직장 어른들에게 세배를 나간다. 그러나 오늘, 음력 정월초하루, 진짜 설은 다르다. 전국 일가친척이 모두 시골집에 모였다. 조상께 차례지내고, 어른께 세배하고, 세뱃돈 받고, 윷놀이도 한다. 다만 공무원인 아버지는 예외다. 설날에도 일하기 때문이다. 양력 대신 음력설을 쇠러 시골에 가는 걸 윗사람이 알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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