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놀이가 별로 없던 시절, 쥐불놀이는 그야말로 '환상특급'이었다. 아직 냉기가 덜 가신 들판, 달뜨기 무섭게 불을 놓고, "연기가 보름달을 끄슬릴 때", 어른애 할 것 없이, 덩실덩실 춤추며 복을 빌었다. 깡통에 불씨를 넣고 힘차게 돌리며 달리는 불 바퀴(火輪)는 얼마나 멋졌던가. 먼데서 보면 사람은 안 보이고 불이 혼자 둥글둥글 원을 그리며 잘도 굴러갔다. 조금 느슨하면 불덩이가 떨어질까 두려워 아이는 어깨가 빠져라 깡통을 돌려댔다.
정월대보름 쥐불놀이는 시골서만 하는 게 아니었다. 1980년대까지는 서울에서도 즐겼다. 주로 한강 둑에서, 아니면 사대문 바깥 변두리에서 아이들은 깡통을 돌리고 어른들은 쥐불을 놓았다. 일 년 열두 달 중 정월 보름에만 애들 불장난이 용인됐다. 그걸 준비하느라 아이들은 설을 쇠기 무섭게, 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중형깡통과 철사 줄을 찾기 바빴다. 바람이 잘 들게 깡통 옆구리에 구멍을 숭숭 뚫고 양쪽 귀엔 꼼꼼히 철사 줄을 맸다.
|
No comments:
Post a Comment